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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을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많이 듣는 말 중에 제가 정말 싫어하는 말인데요. ‘멀티플’, 어느 주식이나 업종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쓰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는 비싸지만 나중에 올라갈 가치를 감안해서 가치를 높게 매기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더군요.
 
예를 들어 PER이 100인 A주식에 멀티플을 5배 준다고 하면 현재 이 주식의 수익률이 1%이므로 5을 곱해 수익률을 5%, 즉 PER을 20으로 봐주겠다는 뜻입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나요?
* 수익률은 PER의 역수: PER 100배의 역수 = 1/100 = 1%, PER 20배의 역수 = 1/20 = 5%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주식은 높은 멀티플을, 성장성이 거의 없거나 정체된 주식은 낮은 멀티플을 주겠다고 합니다. 누가 주느냐고요? 제도권과 비제도권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들이지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뤄낸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상하는 저로서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시장의 관행입니다.
 
현 시점에서 제가 투자에 활용하는 4(3)가지 투자지표로 살펴보면 금융업종과 건설업종 지주회사들에 속한 주식들이 굉장히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기준으로 삼는 PER 10, PBR 1의 반도 안 되면서 PDR(배당수익률) 5%가 넘는 주식들이 수두룩합니다. 제 눈에는 너무 싼 주식들인데, 기업을 평가하고 가치를 매김으로써 시장참여자들의 투자에 도움을 주는 이들 애널리스트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을 듯.
 
그 업종/주식은 지금 싸다는 것이고 앞으로 성장은커녕 오히려 퇴보할 업종/주식이기 때문에 계속 싼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PER 100 또는 (적자기업은)마이너스, PBR 10, 배당금은 눈곱만큼 주거나 아예 없을 정도로 엄청 비싸게 거래되는 주식이지만 곧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릴 것이기 때문에 그 가격에 타당성을 인정받는 주식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풀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바이오 업종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는/할 주식들이죠. 미국에서 돈 풀기를 중단하고 금리를 올린다고 했을 때 주가가 가장 많이 빠졌던 주식들 말입니다.
 
저는 1985년 투자를 시작한 이후 한때 인기를 누리다 쓰러진 다양한 업종과 개별 주식들을 봐왔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 지금은 찬밥인 금융, 건설, 무역업종 주식들에 시장의 인기가 쏠리면서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던 ‘트로이카’ 시대가 있었고요.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면서 중국 수혜주로 분류된, 자동차, 화학, 정유주들이 인기를 누렸던 ‘차화정’ 시대,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와 함께 부각된,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주들, 즉 ‘BBIG’의 시대 등이 금방 떠오릅니다.
 
문제는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인 투자자로서)이들을 따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이겠지요. 흐름만 잘 타면 금방 큰 돈을 벌 것 같거든요. 저는 이들을 좇기에는 너무 게으른 데다 세상 변화를 감지하기에는 둔해 빠진 자신을 잘 알기에 진작에 포기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투자를 시작했을 때 만났던 트로이카 시대는 싼 주식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비싸지는 과정을 거쳤다면, 지금은 아예 비싼 주식들이 더 비싸졌기 때문에 덤벼들 엄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고요.
 
 
주식시장에는 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주식/업종이 있습니다. 거래를 하도록 해야 돈을 버는 중개인이나 남의 돈을 빼앗으려는 투기꾼, 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미래의 대박주, 주도주라고 하죠. 막상 매수하면 수익을 올리기 보다는 잃게 만드는 묘한 주식들입니다.
 
누누이 얘기했듯이, 저는 시장을 주도하는 인기주/테마주를 무시하면서 현재가치로 따져 싸게 거래되는 주식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미래를 추정하는 어려운 방법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좇지 않더라도 시장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은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지 않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을 파산시킬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당시 등장했던 많은 항공기 제조사에 몰린 투자금 대부분이 휴지가 된 것을 지적한 것이죠. 많은 기업들 중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크게 성공할 주식을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을 갖지 않았다면 굳이 그런 모험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렵사리 모은 알토란 같은 돈을 무지와 탐욕의 소치로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우니까요. 더구나 투자금을 안전하게 불려줄 방법이 있는걸요.
 
현 시점에서 추정 가능한 범위에서 미래 가치를 따지면 됩니다. 어느 주식에 대해 ‘멀티플을 많이 준다고 하면, 그 주식이 지금 엄청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시고요. 어느 기업의 사업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전문가의 그럴듯한 말만 믿고 그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를 거듭한다면 투자금은 나날이 줄어들 테고 남는 것은 후회뿐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증권거래로 먹고 사는 사람의 1/5이 투자자들이라면 나머지 4/5는 중개인들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말씀인데, 오늘 제 편지와 연결해서 헤아려주시길 바라면서 저는 다음 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숙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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