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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초보 시절의 기억
-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
 
앞서 두어 번은 언급했듯이, 저는 직장 상사의 지시로 ‘KOREA FUND’에 대해 조사하면서 ‘주식투자 = 도박’이 아니고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제 나이 25세, 1985년입니다.
 
지금은 주식 매매를 위해 계좌를 개설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당시에는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야 했는데요. 양식 한 장 작성하는 것으로 계좌 개설을 끝내고 20만원이 안 되는 저의 전 재산을 입금하고 나니까, 명함지갑에 담긴 증권카드와 함께 초보 투자자를 위한 가이드북 등 두툼한 꾸러미를 주더군요.
 
가이드북은 주식시장의 역사와 역할, 증권거래소의 기능 그리고 주문 내는 방법, 결제 절차 등 주식 투자에 필요한 배경 지식과 대략적인 설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책의 많은 분량이 차트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었다는 겁니다. 엘리어트 파동, 쌍바닥, 헤드앤숄드 등.
 
그 책의 영향이지 싶습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하던 당시 제 인상은 B4 크기의 모눈종이 한 장에 (어떻게 정했는지 기억은 없지만)선정된 종목 10개의 매일 종가를 선으로 연결해서 차트를 그리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차트를 그리는 한편 이들 종목들의 재무제표를 찾아 보면서 한 달 남짓 준비 기간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한 달쯤 공을 들여서 난생 처음으로 매수한 주식이 ‘부산투자금융*’입니다. 그날 거래량은 제가 16만원을 들여 매수한 100주가 모두였는데요. 그리고 이틀 동안 거래가 되지 않더니 3일째부터 3일 연속해서 상한가*까지 올랐고 저는 3번 상한가를 먹고 매도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는데, 제가 그랬습니다.
* 부산투자금융 -> LG종합금융(상호 변경) -> LG증권(합병) -> 현재 NH투자증권
* 당시 상하한가 폭은 6~8% 정도로 좁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주식이 속한 종합금융업종에 호재가 있었고 이 업종 주식은 모두 3일 동안 상한가까지 올랐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주식시장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또한 처음 매수했던 주식이 하필이면 거래 없는 극도로 소외된 주식이었고, 지금도 소외주를 선호하는 제 성향을 보면, 소외주는 저의 변치 않는 깐부였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처음 주식을 매수하던 그 시절의 제 머리 속은 오로지 주식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잠을 청하려고 방 천장을 올려다보면 제가 관심을 갖고 있던 주식들의 차트가 그려질 정도로요. 이런 경험은 그 전에 꼭 한 번 있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쯤 바둑을 배울 때 그랬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캄캄한 방 천장에 바둑판이 그려지고 흰 돌과 검은 돌이 마구 옮겨 다녔거든요. 그때는 몰랐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한참 지난 후 어느 책을 읽고서 알았습니다.
 
올해 들어 비교적 초보 투자자들과 주식투자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자주 갖고 있습니다. 저는 4가지 투자지표만 이해하면 이 지표를 이용해서 충분히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했는데요. 정작 주식 새내기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더라는 것을 한참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미래 어느 시점에는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으로 믿고 주식투자를 시작했지만, 매일매일 시세가 변함에 따라 투자금이 늘었다 줄었다, 마음을 졸이게 만듭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면서도 중요한 일을 두고서 다른 데 마음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죠. 새삼 그걸 눈치채는 순간 둔한 제 머리를 한 대 때려줬습니다. 바보~ 그러면서 저의 주식 초보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고요.
 
제가 어느 순간 주식에 쏟는 관심이 줄어들었듯이 그들도 차차 달라질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은 그들의 열정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고요. 다만 갖가지 형태로 모습을 바꿔 유혹하는 시장 인기주에 빠져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설사 바람에 휩쓸리더라도 아주 소액,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투자금의 10% 이내로 경험하는 정도로 자제해야 하고요.
 
2021년, 마지막 달인 12월이 시작되었지만 작년 3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따스했던 시장이 하반기 들면서 잔뜩 겁을 주는 통에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시장은 늘 우상향이었음을 상기한다면 견뎌내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믿습니다.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매수하는 가치투자법은 많은 대가들에 의해 시장을 이기는 투자법으로 검증되었습니다. 또한 특유의 단순한 투자 방법은 본업이 있는 시간제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법입니다. 주식투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수단임을 명심하시고 꾸준히 정진했으면 합니다.
 
남은 한 달, 잘 마무리하고 내년, 2022년을 위한 멋진 계획을 세우는 12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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