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투자가 쉬운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한 기업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입니다.
내재가치는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잔여 수명 동안 창출하는 현금을 할인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내재가치를 계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의에 드러나듯이, 내재가치는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추정치입니다. 게다가 금리가 바뀌거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예측이 수정되면 추정치도 바꿔야 합니다. 게다가 똑 같은 사실을 보더라도, 두 사람의 내재가치 추정치는 같을 수가 없습니다. 찰리와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내재가치 추정치를 절대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업보고서에서 제공하는 것은 우리가 내재가치 계산에 사용하는 사실들입니다.
위 글은 워런 버핏이 ‘내재가치’에 대해 버크셔 주주들에게 매년 한 차례 보내는 주주서한에서 서술한 내용인데요. 하지만 버핏이 밝힌 내재가치 계산법에 대해, 버핏의 단짝 찰리 멍거는 버핏이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버핏은 내재가치를 모르면서 어떻게 기업 가치를 평가하느냐면서 자신은 DCF 방식으로 내재가치를 계산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세법에서,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하기 위해, 비상장주식을 평가하는 방식을 원용해서 투자할 주식의 내재가치를 평가합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죠.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총 발행주식에서 차감해서 계산합니다.
내재가치 = (BPS + EPS * 10) / 2
* BPS: 최근 연도 BPS
* EPS: {(최근 연도 EPS * 3) + (전년도 EPS * 2) + (전전년도 EPS * 1)} / 6
* EPS에 10을 곱하는 이유는 이자율을 10%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자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역수인 30배 이상을 적용해야 하지만, 현행 상속세법에 의하면 수익가치를 계산함에 있어 10%의 이자율을 적용합니다. 이자율보다는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투자자본에 대해 10% 수익은 올린다는 개념으로 이해했습니다.
* 상속세법에서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계산할 때는 BPS : EPS 비율을 2 : 3으로 적용합니다. 자산가치보다 수익가치에 비중을 더 두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주가는 이익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더 타당해 보입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동등하게 놓고 싶어서 BPS : EPS 비율을 1 : 1로 적용하는데, 계산하기에 편리한 장점도 있습니다.
예)
BPS: 최근 사업연도: 10,000원
EPS: 최근 연도: 1,000원 / 전년도: 500원 / 전전년도: 800원
-> 조정된 EPS: (1,000 * 3) + (500 * 2) + (800 * 1) / 6 = 800원
내재가치: (10,000 + 800 * 10) / 2 = 9,000원
* 예를 든 기업이 자사주를 20% 보유하고 있다면..
내재가치: 9,000원 / (100% - 20%) = 11,250원
제가 매수할 때는, 몇 차례 설명했던, 4가지 투자지표를 기준으로 투자할 주식을 선정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굳이 내재가치를 계산해 보지 않더라도 안전마진이 확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매수해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주가가 많이 올라서 매도를 고려하게 되는 시점에서는, 내재가치와 비교해 봅니다. 내재가치 수식에 내재된, 과거 3년치 수익금을 가중 평균한 수치로 따져볼 수 있고 내재가치와 현재 주가와의 괴리율, 즉 안전마진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내재가치’계산 방식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겁니다. 바이오, 플렛폼, 메타버스 등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의 주식들은 이 방식으로는 너무 비싸고 은행업, 제조업 등 소위 구시대 산업만 투자 범위에 들어온다며,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죠. 그런 점에서, 버핏 등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DCF 방식이 미래수익 추정과 이자율 변동에 따른 추정수익 변화가 크다는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나마 쓸만한 방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출액이 아닌)수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 주식이 성장주라는 정의를 옳다고 받아들이듯이, 제가 사용하는 내재가치 계산법이 유효한 방식이라는 믿음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아닙니다.
숙향 배상
참고 책:
로렌스 커닝햄 엮음,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The essays of Warren Buffett 4th Edition in 2014]